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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드라마, 방송 리뷰

넷플릭스 다큐 "나는 생존자다 1,2화 - 형제복지원 편" 시청 후기

by GJ88 2025.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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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침묵하는 가해자와 절규하는 생존자들"

40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지옥의 기억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 1,2화 형제복지원 편을 보며 내내 분노와 씁쓸함이 교차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에서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부랑자 단속'이라는 명목 아래 무려 3만 8천여 명을 강제 수용했던 한국 현대사 최악의 인권 유린 현장이었다. 부모가 있는 멀쩡한 아이들까지 거리에서 납치되듯 끌려와 강제노역과 폭행, 성폭력에 시달렸고, 65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생존자들은 여전히 그날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다큐는 생존자들에게 당시 입었던 '형제원'이라고 적힌 파란 트레이닝복을 다시 입히고, 2층 침대가 도열된 공간을 재현해 그들을 그곳에 데려갔다. 트라우마적 공간에 다시 발을 디디게 하는 연출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개인적으론 부적절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만큼 제작진이 당시 상황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생존자들에게 그 공간을 재현한 연출이 과연 적절했나에 대한 의구심은 들지만 그만큼 주제 전달을 더 잘하기 위해서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 그리고 끝나지 않은 고통

화면 속 생존자들의 증언은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유도 모른 채 순경에게 맞아 보호소로 끌려간 뒤, 동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사례를 비롯해, 매일같이 벌어졌던 폭행과 강제노역, 그리고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봐야 했던 끔찍한 기억들이 날것 그대로 다큐 속에서 쏟아진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생존자들이 단순히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는 정체성으로 당당히 증언하는 모습이었다. 조성현 PD가 말했듯이 "단순히 피해자라고 부를 게 아니라 지옥에서 생존해 우리 사회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증언한 분들"이라는 관점이 이들의 용기에 더욱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다큐 속에서 박인근 원장의 일가족은 호의호식 하며 지내고 있었다.

박천광의 어정쩡한 사과, 진정성에 대한 의문

이번 다큐에서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은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의 막내아들 박천광과의 인터뷰였다. 일가 중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나와 '사과'를 입에 담았지만, 물론 가족들은 전부 회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행동자체는 본인 입장에서 큰 용기를 낸거라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긴 하지만 그 내용은 진정성보다는 책임 회피에 가까웠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박천광은 "아버지가 30%의 책임이 있다면 정부가 70%"라고 주장하며, 당시 아버지가 전두환 전 대통령 별장에 직접 오가며 일을 하달받았다고 증언했다. 물론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정작 자신들 가족의 책임을 30%로 축소하며 대부분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모습에서는 진정한 반성을 찾기 어려웠다.

뻔뻔하게 살아가는 가해자 가족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박인근과 그의 가족들이 사건 이후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성현 PD는 한 피해 생존자와 함께 호주까지 찾아가 박인근의 유족들을 만났지만, 제대로 사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40년이 지났음에도 그 기억에 고통받는 생존자들 앞에서, 가해자 가족들은 국내외에서 편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박천광의 사과는 더욱 공허하게 들린다. 과연 이것이 진정성 있는 사과였을까? 아니면 오랜 침묵 끝에 나온 형식적인 사과로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였을까? 가족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나선 것이 용기였는지, 아니면 더 큰 비난을 피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형제복지원은 국가가 묵인하고 방조한 국가폭력, 국민학살 범죄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묵인과 방조,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무책임

형제복지원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국가가 묵인하고 방조한 조직적 범죄였다는 점이다. 전두환 정권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사회 정화'라는 명목으로 부랑자들을 강제 수용하도록 했고, 형제복지원은 그 정책의 실행 도구였을뿐이었다.

1975년 제정된 내무부 훈령과 부산시가 민간시설인 형제복지원과 체결한 위탁계약에 따라 이 모든 일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더욱 끔찍했다. 마땅한 법적 근거도 없이 아이들과 시민을 강제 수용했던 국가 권력의 폭력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피해자들이 원하는건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

생존자들이 원하는 것,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

다큐를 보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생존자들의 절규였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와 진정성 있는 보상이었다.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이들 앞에서, 가해자들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며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부조리하다.

생존자들의 눈물 앞에서 박천광의 사과는 너무나 가볍게 느껴졌다. 피해자들이 "그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40년간 침묵해온 가해자 가족들이 이제 와서 형식적인 사과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것이다.

반복되는 비극,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형제복지원 사건이 더욱 무서운 것은 이것이 과거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력의 무책임과 사회의 무관심, 그리고 약자에 대한 폭력은 다른 형태로 계속 반복되고 있다. <나는 생존자다>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과연 이런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존자들의 증언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향한 경고이자, 미래를 위한 교훈이다. 조성현 PD가 "이 사회는 생존자들에게 빚을 진 셈"이라고 한 말의 무게를 우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40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생존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40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지옥의 기억, 뻔뻔한 가해자들과 절규하는 생존자들 사이에서 진정한 정의를 묻다."

<나는 생존자다> 형제복지원 편을 보며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진정한 사과와 보상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천광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결국 이후 행동으로 증명될 것이다. 말만의 사과가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과 보상으로 이어져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 전체의 책임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생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기억하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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