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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은 덜고 무게감은 더했다.
시즌1의 다크함과 시즌2의 팀플레이가 만난 완벽했던 4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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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모범택시3> 1, 2화 리뷰를 쓰고 난 뒤에는 종영 때까지 별다른 리뷰를 쓸 생각이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시즌3였지만, 초반 1~4화까지의 느낌은 뭐랄까, 기대만큼의 '한 방'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2화는 시원하긴 했지만 다소 가벼웠고, 3,4화에서 김도기가 보여준 부캐 플레이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제 모범택시도 패턴이 읽히나?" 싶어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5화부터 8화까지 이어진 '승부조작 사건'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4회차 편성이라는 파격적인 시도, 강보승 PD가 왜 이 에피소드에 공을 들였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 시즌1의 묵직한 서스펜스와 시즌2의 경쾌한 팀플레이가 황금비율로 섞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승부조작이라는 소재 자체가 흥미롭기도 했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나 '모범택시스러우면서도 새로워서' 도저히 리뷰를 안 쓰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 4회에 걸쳐 펼쳐진 처절하고도 통쾌한 복수극, 그 상세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15년 전의 진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승부조작
이번 에피소드는 한 맺힌 아버지의 전화로 시작된다. 15년 전, 촉망받던 배구 선수였던 아들 '박민호(이도한 분)'가 실종사건 이 사건은 지금의 무지개운수가 있게 만든 사건이었다. 하지만 해결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지나버린 이 사건. 알고보니 사고에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그 아버지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 장대표에게 전화를 하며, 다시 돌고 돌아 다시 무지개 운수에게 돌아갔다. 그렇게 단순 실종인 줄 알았던 사건은 김도기와 무지개 히어로즈가 파헤칠수록 거대한 승부조작 카르텔과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과거, 대학 배구부 에이스였던 박민호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유망주였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배구부 후원회장인 '천광진(음문석 분)'과 그의 하수인들인 '조성욱(신주환 분)', '임동현(문수영 분)'이 주도하는 승부조작 정황을 포착하게 된다. 정의감 넘쳤던 민호는 이를 묵과하지 않고 임동현을 자수하게 설득하는 한편, 그들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고 신고하겠다"며 맞선다. 하지만 자신의 범죄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천광진 일당은 그 자리에서 민호를 무참히 살해한다. 그들은 민호의 죽음을 단순 폭행 사건이나 실종으로 은폐하고 학교 초대 이사장 무덤에 암매장한 뒤,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승부조작 판을 벌이며 호의호식하고 있었다.
현재 시점, 조성욱은 진광대 배구부 감독이 되어 있었고, 임동현은 불법 도박 사이트와 연계된 헬스장을 운영하며 여전히 천광진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번엔 '정연태(이명로 분)'라는 어린 선수를 포섭해 승부조작을 설계하고 있었다. 정연태는 그저 돈만 밝히는 싹수가 노란 선수였다. 그 어린 선수는 스포츠 정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거액의 돈을 챙기기 위해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김도기는 두 가지 트랙으로 작전을 짠다. 하나는 승부조작의 실행범들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것, 또 하나는 15년 전 억울하게 죽은 박민호의 시신을 찾아내어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상세 줄거리 및 전개 : 4회의 호흡으로 쌓아 올린 빌드업
기존 2회차 분량이었다면 범인을 특정하고 바로 참교육에 들어갔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4회라는 긴 호흡을 통해 악인들의 악랄함을 촘촘히 보여주고, 피해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도기는 먼저 임동현의 헬스장을 공략한다. 도박 중독자인 임동현의 약점을 이용해 내기 도박으로 헬스장을 접수해 버린다. 자신의 아지트이자 자금줄인 헬스장을 빼앗긴 임동현은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김도기는 헬스장 사장으로 군림하며 그를 쥐락펴락한다. 동시에 김도기는 유럽 배구 에이전트 '로렌조 킴'이라는 새로운 부캐로 변신해 정연태에게 접근한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정연태에게 "해외 구단 입단과 거액의 계약금"이라는 미끼를 던진다. 탐욕스러운 정연태는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조성욱 감독의 승부조작 지시를 무시하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견고했던 카르텔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이번 에피소드의 백미는 단연 7화였다. 김도기는 임동현과 조성욱 앞에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대신, 그들이 15년 전 죽여서 묻어버린 '박민호'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을 이용해 숨통을 조여온다. 박민호가 쓰던 등번호 10번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거나, 그들만이 아는 당시의 상황들을 연상시키는 단서들을 흘리며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한다. 죽은 줄 알았던 박민호가 마치 살아돌아온 듯, 혹은 누군가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압박감에 임동현과 조성욱은 패닉에 빠진다. 서로를 의심하고 불신하게 된 그들은 결국 공포를 견디다 못해 확인을 하러 움직인다. 조성욱은 제 발로 박민호를 암매장한 장소(학교 초대 이사장 무덤)를 찾아가 파묘를 시도한다. 시신이 거기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려던 그의 행동은 김도기가 파해 놓은 덫이었고, 결국 악인 스스로 자신의 범죄 현장을 드러내게 만드는 소름 돋는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8화는 카타르시스의 향연이었다. 최종 보스 천광진은 김도기의 정체를 눈치채고 그를 폐교로 유인해 '실시간 파이트 베팅'의 제물로 삼으려 한다. 사람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는 천광진의 모습은 인간성이 말살된 괴물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는 김도기의 계산 안에 있었다. 김도기는 천광진이 보는 앞에서 괴한들을 압도적인 무력으로 제압하며 판을 뒤집는다. 그리고 역으로 천광진을 완벽하게 제압하며 처절하게 응징한다. 천광진이 피해자들에게 안겨주었던 공포와 고통을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참교육이었다. 결국 박민호의 유해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고, 천광진에게는 피해자들이 느꼈을 고통을 똑같이 돌려주며 에피소드는 마무리된다.

왜 이번 에피소드가 특별한가
이전 에피소드들에서 느꼈던 '급한 마무리'의 아쉬움이 이번에는 전혀 없었다. 4회라는 넉넉한 시간 동안 빌런들의 서사를 충분히 쌓아주니 그들에 대한 분노 게이지가 차곡차곡 쌓였고, 마지막에 터지는 사이다가 훨씬 더 짜릿하게 다가왔다. 박민호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와 억울한 죽음을 조명하는 데에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시청자들이 복수의 당위성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강보승 PD의 인터뷰대로, 이번 회차가 시즌3에서 가지는 무게감이 남달랐음을 증명한 셈이다.
3, 4화에서 다소 과하게 느껴졌던 김도기의 부캐가 이번에는 적재적소에 활용되었다. 특히 유럽 에이전트 '로렌조 킴'으로 변신해 정연태의 탐욕을 이용하는 설계는 지능적이고 세련되었다. 단순히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욕망을 이용해 스스로 파멸하게 만드는 전략이 돋보였다. 정연태라는 캐릭터가 워낙 돈만 아는 싹수 노란 인물이었기에, 그가 이용당하고 몰락하는 과정이 더욱 통쾌했다.
시즌1은 다크 히어로물로서의 정체성이 강했고, 시즌2는 오락 액션물로서의 성격이 짙었다. 이번 5~8화는 그 두 가지 맛을 아주 적절하게 배합했다. 암매장, 파묘, 인간 사냥 같은 소재와 빌런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공포 조성은 시즌1처럼 어둡고 묵직했지만, 무지개 운수 팀원들이 합을 맞춰 작전을 수행하고 로렌조 도기 같은 위트 있는 부캐를 활용하는 과정은 시즌2처럼 경쾌했다. 최 주임, 박 주임의 감초 연기와 안고은의 서포트 역시 과하지 않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극의 활력을 더했다.
스포츠 승부조작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 그리고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배를 불리는 악인들의 모습을 묵직하게 그려냈다. 특히 정연태 선수를 통해 보여준, 재능은 있지만 인성이 결여된 채 돈만 좇는 맹목적인 탐욕은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는 듯했다.

마치며 : 이제야 진짜 시작된 모범택시3
5화부터 8화까지 이어진 이번 에피소드는 <모범택시3>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가벼운 오락성에만 치우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와 묵직한 서사를 놓치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엿보였다. 초반의 우려를 씻어내고 다시금 "믿고 보는 모범택시"라는 타이틀을 되찾아준 이번 회차 덕분에, 남은 에피소드들에 대한 기대감이 수직 상승했다. 다음 회차부터는 이전 시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시즌3만의 새로운 매력과 더 강력한 빌런들이 등장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주말 밤,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줄 사이다가 필요하다면, 그리고 웰메이드 복수극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번 5~8화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필시청 에피소드다. 김도기의 5283 택시는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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