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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리뷰] 김다미, 박해수 주연 대홍수 감상 솔직 후기 : 글로벌 1위의 함정 (스포O)

by GJ88 202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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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의 함정, '노아의 방주'를 꿈꿨으나 지루함의 바다에 잠겨버린 SF 재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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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켜면 메인 화면 가장 높은 곳에 며칠째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대홍수>다. 한국 영화가, 그것도 SF 재난 장르가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휩쓸고 있다는 소식은 국뽕을 차오르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주변의 반응,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평가는 싸늘하다 못해 처참했다. "시간 아깝다", "보다가 잤다", "개연성이 밥 말아 먹었다"는 악평들이 줄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는 소중한 주말 시간을 검증되지 않은 영화에 낭비하고 싶지 않은, 지극히 효율을 추구하는 시청자니까. 하지만 인간의 심리란 참 묘하다. '도대체 얼마나 엉망이길래?' 혹은 '그래도 1위인데 뭔가 있겠지' 하는 호기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남들이 다 욕할 때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일종의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하는' 심리랄까.

그렇게 킬링타임이나 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홍수>를 재생했다. 그리고 2시간 뒤,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TV를 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소재는 참신했고 비주얼은 나쁘지 않았지만, 영화를 지탱하는 스토리와 연출의 힘이 너무나 빈약했다. 오늘은 왜 이 영화가 '글로벌 1위'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혹평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그 아쉬움의 기록을 낱낱이 파헤쳐보려 한다.

물에 잠겨버린 아파트. 흥미로운 소재를 흥미롭지 않게 그려냈다.

물에 잠긴 아파트, 그리고 반복되는 절망의 시뮬레이션

영화는 제목 그대로 지구에 들이닥친 대홍수로 시작된다. 소행성 충돌의 여파인지, 기후 위기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인류의 문명은 순식간에 거대한 물살 아래 잠겨버린다. 주인공 '안나(김다미)'는 인공지능(AI) 연구원으로, 아비규환이 된 아파트에서 6살 난 아들 '자인'을 데리고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고층 아파트들이 마치 물에 잠긴 비석처럼 머리만 내놓고 있는 디스토피아적 풍경 속에서, 안나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더 높은 층으로 이동한다. 그러던 중 UN 산하의 구조대원이라는 '희조(박해수)'가 등장한다. 그는 안나에게 그녀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방주' 프로젝트(영화 속에서는 '다윈 센터'와 관련된 신인류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임을 알리며 구조를 시도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재난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부에 접어들며 급격한 장르적 전환을 시도한다. 안나와 아들이 겪는 이 끔찍한 재난 상황이 사실은 실제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특히 모성애)을 학습하기 위해 설계한 거대한 시뮬레이션이라는 반전이 드러난다. 안나는 멸망해가는 인류를 구원할 '신인류'를 완성하기 위해, 가상 현실 속에서 수천, 수만 번의 죽음과 이별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쌓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영화는 단순한 탈출기가 아니라, 반복되는 타임 루프 속에서 아들을 구하려는 안나의 처절한 모성애와, 그 데이터를 통해 '감정을 가진 완벽한 신인류'를 만들어내려는 과학적 욕망 사이의 갈등을 그린다. 안나는 이 끝없는 시뮬레이션의 굴레를 끊고, 진짜 아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 아들은 실재하는 존재이기는 한 걸까?

무한루프를 엣지 오브 투모로우 처럼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게 그려낼 순 없었을까?

참신한 소재를 갉아먹는 지루한 '무한 루프'

<대홍수>의 가장 큰 패착은 '지루함'이다. 사실 '물이 차오르는 폐쇄된 아파트'라는 재난 설정에 'AI 시뮬레이션'이라는 SF 설정을 더한 것은 꽤 참신한 시도였다. 잘만 만들었다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긴박감이나 <인셉션>의 철학적 깊이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밍밍하기 짝이 없는 국을 끓여냈다.

영화의 전반적인 템포는 너무나 늘어진다. 시뮬레이션이라는 설정 탓에 안나가 겪는 위기와 죽음이 반복되는데, 이 과정이 점층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도돌이표'처럼 느껴진다. 관객 입장에서는 "어차피 또 리셋되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캐릭터의 죽음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긴박해야 할 탈출 장면에서는 불필요한 슬로우 모션이나 감정 과잉의 신파가 끼어들어 맥을 끊는다.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등장인물들은 한가하게 눈빛 교환을 하거나, 철학적인 척하는(하지만 알맹이는 없는) 대사를 주고받느라 바쁘다. 12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마치 4시간처럼 느껴지는 마법. 넷플릭스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늘어지는 전개'가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들 캐릭터는 민폐 그 자체였다.

'발암' 그 자체였던 아들 캐릭터

재난 영화에는 항상 관객의 분노를 유발하는 '민폐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아들 '자인'은 그 도를 넘었다. 보는 내내 "제발 가만히 좀 있어!"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답답함(발암)을 유발했다.

생존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아들은 이해할 수 없는 돌발 행동으로 엄마인 안나를 위기에 빠뜨린다. 하지 말라는 짓은 골라서 하고, 꼭 중요한 순간에 사라지거나 징징거리다가 사고를 친다. 물론 6살이라는 어린 나이를 감안해야겠지만, 영화적 장치로서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감독은 아마도 아들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의 모성애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관객이 주인공의 마음에 이입해서 "저 아이를 꼭 살려야 해"라고 느껴야 하는데, 오히려 "저 캐릭터 때문에 다 죽게 생겼네"라는 짜증만 솟구치니 감정선이 제대로 잡힐 리가 있나. 아들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 보니, 안나의 희생이 숭고하게 느껴지기보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허무하게 다가왔다. 차라리 아들 캐릭터를 좀 더 영리하거나, 적어도 관객의 연민을 자아낼 수 있는 방향으로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친절한 세계관은 연출을 하면서 소재만 생각하고 깊이 있는 고민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불친절한 세계관, 관객은 왕따인가?

SF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세계관의 설득력'이다. 왜 대홍수가 일어났는지, '다윈 센터'는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안나가 연구하던 '이모션 엔진'이 구체적으로 신인류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홍수>는 관객에게 너무나 불친절하다.

영화는 '성경의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한 듯한 '인류 보존 프로젝트'를 내세우지만, 그 실체는 모호하기 짝이 없다. 안나와 희조가 주고받는 대사들은 겉멋이 잔뜩 들어있지만, 정작 관객이 궁금해하는 정보는 주지 않는다. "신인류", "감정 학습", "시뮬레이션" 같은 키워드들만 둥둥 떠다닐 뿐,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런 불친절함은 '신비주의'가 아니라 '직무 유기'에 가깝다. 관객이 상황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하는데, 영화 혼자서만 아는 이야기를 하며 관객을 왕따 시키는 느낌이랄까. 배경 설명이 부족하니 안나의 행동 동기도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영화 전체의 개연성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인이 SF를 싫어해서 평이 안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못하겠다.

비판에 대한 반론 : 한국인은 SF를 싫어해서 평이 안 좋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의 혹평 원인을 장르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한국 관객들은 원래 SF를 안 좋아해", "헐리우드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서 그래"라는 식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의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나 리들리 스콧의 <마션>을 떠올려보자. 두 영화 모두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흥행을 기록했고,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극찬을 받았다. 한국 관객들은 과학적 원리가 복잡하게 얽힌 하드 SF나, 우주에서 감자를 키우는 생존 SF도 재미만 있다면 열광한다. 심지어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역시 호불호는 갈렸을지언정, 순수 재미 자체는 이 영화보다는 있었다.

즉, 문제는 장르가 아니다. 문제는 '완성도'다. <대홍수>가 비판받는 건 SF라서가 아니라, '재미없는' SF이기 때문이다. 서사는 빈약하고, 연출은 촌스럽고, 캐릭터는 매력이 없는데 관객들이 국산 SF라는 이유만으로 박수를 쳐줄 리가 없다. 장르 탓, 관객 탓을 하기 전에 시나리오의 퀄리티부터 점검했어야 했다. 성경적 모티브나 AI 윤리 같은 거창한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면, 그에 걸맞은 깊이 있는 고찰이나 최소한의 오락적 재미라도 보장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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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평점 : 4.0점 / 10.0점
소재만 좋으면 뭐하나, 설명은 불친절하고 캐릭터는 고구마인데. 빈집털이로 차지한 1위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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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토록 엉성한 영화가 어떻게 글로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내 생각엔 '타이밍의 승리'다. 최근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시장에 눈에 띄는 대작이나 화제작이 전무한 상황이다. 소위 말하는 '볼만한 게 없는' 시기다.

이런 콘텐츠 가뭄 속에서 <대홍수>는 김다미, 박해수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이름값과, 'SF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장르적 매력을 앞세워 시청자들의 클릭을 유도했다. 경쟁작이 없는 '빈집'에 들어가서 왕좌를 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1위는 오래가지 못한다. 입소문은 무섭고, 시청자들의 눈은 냉정하니까.

결론적으로 <대홍수>에 대한 나의 평점은 4점이다. 참신한 소재와 나쁘지 않은 CG, 그리고 배우들의 고군분투(특히 김다미의 수중 연기는 인정할 만하다)를 감안한 점수다. 주말에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고 싶다면, 혹은 빨래를 개거나 설거지를 하면서 틀어놓을 백색 소음 같은 영화가 필요하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각 잡고 앉아서 진지하게 감상하기엔 당신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

SF 장르를 사랑하고 한국 영화를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부디 다음에는 '무늬만 SF'가 아닌, 탄탄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서사로 무장한 진짜배기 한국형 SF 영화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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