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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영화 리뷰

OTT(넷플릭스) 스릴러 영화 추천 <용의자X> 후기

by GJ88 2025.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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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헌신, 그럼에도 빠져드는 천재의 알리바이"

오래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으며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선명하다. 천재 수학자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알리바이와 그 이면에 숨겨진 처절한 사랑 이야기는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시간이 흘러 넷플릭스를 통해 우연히 마주한 이 소설을 영화화 해 오래전(2012년) 개봉했 <용의자X>는 그래서 더 반가웠다. 과연 소설이 주었던 그 숨 막히는 긴장감과 복잡한 감정선을 어떻게 스크린에 구현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원작의 핵심적인 트릭과 서사를 매우 충실하게 따라간다. 하지만 동시에 소설을 읽으며 내가 상상했던 인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주인공을 마주하는 경험은 꽤나 신선하고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이 영화는 원작소설의 줄거리를 충실하게 재연하는데 집중했다.

원작 소설의 그림자, 그리고 충실한 재현

영화 <용의자X>의 가장 큰 미덕은 원작의 정교한 플롯을 거의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옆집에 사는 여자 '화선'(이요원)이 우발적으로 전남편을 살해한 사실을 알게 된 천재 수학자 '석고'(류승범)가 그녀를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다.

영화는 석고가 시체를 처리하고, 화선 모녀의 동선을 조작하며, 경찰의 수사망을 교란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보여준다. 특히 그가 만들어낸 알리바이가 얼마나 논리적이고 빈틈없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원작의 치밀함을 잘 살려냈다. "문제는 답보다 아름답다"고 믿는 수학자에게 이 사건은 하나의 증명 문제와 같았을 것이다. 이처럼 원작의 뼈대를 훼손하지 않고 존중한 덕분에,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이라도 한 편의 잘 짜인 추리 스릴러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석고와 민범의 외형은 원작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외형과는 조금은 차이가 있었다.

상상과 현실의 간극: 석고와 민범의 외형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캐스팅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내가 상상했던 석고의 모습은, 세상과 단절된 채 오직 수학의 세계에만 몰두하는, 다소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외모의 중년 남자였다. 그의 비범함은 내면에 숨겨져 있고, 겉모습은 철저히 평범해야만 그가 꾸미는 알리바이의 설득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크린 속 류승범의 석고는 너무나도 달랐다. 덥수룩한 머리와 무심한 표정 속에서도,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가진 특유의 강렬한 카리스마와 에너지가 숨겨지지 않았다. 그의 존재감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형사 '민범' 역을 맡은 조진웅 배우의 외형이 내가 상상했던 석고의 모습에 훨씬 가까웠다. 푸근하면서도 어딘가 고집스러워 보이는 인상.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차라리 두 배우의 역할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코의 소설을 좋아하는 팬으로써 한편으론 이 캐스팅이 '미스캐스팅' 이 아닌가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오히려 이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석고라는 캐릭터에 날카롭고 비범한 아우라를 부여함으로써, 그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사건의 또 다른 중심축임을 초반부터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았다고 본다. 이는 원작과는 다른, 영화만의 독자적인 해석으로 존중할 만한 지점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석고의 헌신을 조명했지만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진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랑, 혹은 완벽한 헌신

원작 소설을 읽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도 끝내 완전히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석고의 행동 동기다.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을 결심한 순간, 옆집에서 들려온 화선 모녀의 초인종 소리 하나에 구원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짊어지고 살인까지 은폐하는 그의 헌신. 이것을 과연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영화는 소설보다 이 감정선을 더 강조하며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화한다. 석고가 화선을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 그녀의 도시락 가게를 멀리서 지켜보는 모습 등을 통해 그의 감정이 단순한 논리를 넘어선 깊은 사랑임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택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심지어 또 다른 희생을 만들어내면서까지 한 여자를 지키려는 그의 행동은 논리적 인과관계로는 설명하기 힘든, 거의 종교적인 믿음에 가까워 보인다.

아마 이것이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작품이 가진 핵심적인 딜레마일 것이다. 가장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학문인 수학을 파고드는 천재가, 가장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또 완성되는지를 보여주는 것. 영화는 이 질문을 충실히 던지지만, 소설과 마찬가지로 명쾌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저 관객에게 석고의 선택을 지켜보게 할 뿐이다.

미스캐스팅이라는 처음 생각을 깨부수듯 배우들의 호연은 빛이 났다.

배우들의 호연, 극을 이끌다

캐스팅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류승범은 눈빛 하나, 작은 몸짓 하나로 세상과 단절된 천재 수학자의 고독과 내면의 뜨거운 감정을 동시에 표현해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진 뒤 절규하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헌신에 일말의 연민을 느끼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이요원은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비밀을 숨겨야 하는 화선의 불안과 죄책감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녀의 흔들리는 눈빛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가 과연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공범인지 헷갈리게 만들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조진웅 역시 동물적인 직감으로 사건의 본질을 파고드는 형사 민범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류승범과의 팽팽한 두뇌 싸움에 무게감을 더했다.

10점 만점에 7.5점 : " 원작의 무게를 충실히 스크린에 옮겼으나, 주인공의 공감 불가능한 사랑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 웰메이드 스릴러."

<용의자X>는 원작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기 위해 정공법을 택한, 영리하고 성실한 영화다. 스릴러 장르가 주는 쾌감과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를 충실히 스크린에 구현했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어떻게 풀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이런 문제를 낼 생각을 했는가가 중요한 거야"라는 민범의 대사처럼, 이 영화는 결과보다 과정의 치밀함과 동기의 절실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다만, 원작을 이미 읽은 관객에게는 결말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다소 떨어질 수 있으며, 석고의 헌신적인 사랑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영화의 감동이 반감될 수 있다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 저녁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스릴러 영화로서는 충분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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