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납치된 시대, 가장 스타일리시한 부조리극"

솔직히 고백하자면, 넷플릭스에서 <굿뉴스>를 처음 발견했을 때 큰 기대는 없었다. 1970년대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비행기 납치 소재로 블랙코미디라는 정보 없이 그냥 평범한 신파가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착각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불한당>과 <킹메이커>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증명했지만 <길복순>, <사마귀>에선 그저 그런 모습을 보였던 변성현 감독의 또 다른 영화. 솔직히 모 아니면 도인 변성현 감독의 영화여서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을 때, 나는 올해 최고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만났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아니라, 진실마저 '만들어지는' 시대를 향한 가장 세련되고 통쾌한 풍자극이었다.

실화와 허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독특했던 연출
영화는 앞서 언급한대로 1970년 실제 발생했던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 즉, '요도호 납치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일본의 극좌 단체 '적군파'가 비행기를 납치해 평양행을 요구하는, 그야말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이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이 무거운 소재를 정공법으로 다루는 대신, '더블 하이재킹'이라는 기상천외한 허구적 장치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짠다.
인질 구출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모인 한국, 일본, 미국의 관료들은 사실 인질의 목숨보다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개인의 체면을 우선시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이들의 아귀다툼 속에서,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설경구)의 지휘 아래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로 위장해 납치범들을 속이자는 황당무계한 작전이 펼쳐진다. 놀라운 것은 범인들을 속여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하게 만든 일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영화는 실화의 단단한 뼈대 위에 허구의 살을 절묘하게 붙여,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 그 경계를 교묘하게 허물어뜨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만의 독특한 긴장감과 풍자가 탄생한다.

특히 인물들이 갑자기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듯한 ‘제4의 벽’ 파괴 연출은 이 영화의 백미다. 이는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관객의 안일한 몰입을 방해함으로써,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이야기 역시 누군가에 의해 편집되고 연출된 ‘굿뉴스’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진다. 덕분에 관객은 수동적인 관찰자에서 벗어나,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조작인지 판단해야 하는 능동적인 참여자가 된다. 변성현 감독의 스타일이 이토록 명확한 목적성을 띤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의 연출은 영리하고 또 효과적이다.


한국에서 생소한 블랙코미디를 어색하지 않게 살려낸 배우들의 완벽한 합주
이처럼 독특하고 대담한 영화가 성공적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완벽한 연주를 들려준 배우들의 공이 절대적이다. 이 영화는 주연부터 단역까지 누구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는 ‘연기 합주’의 향연이었다.
이름도, 신분도 불분명한 해결사 ‘아무개’를 연기한 설경구는 냉소적인 태도 속에 인간적인 고뇌와 연민을 담아내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특히, 권력욕에 사로잡힌 중앙정보부장 ‘박상현’ 역의 류승범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장악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단순한 악당이 아닌 매력적이면서도 지독하게 현실적인 권력가의 모습을 창조해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단연 ‘서고명’ 중위를 연기한 홍경이다. 출세에 대한 야망과 군인으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인간적인 정의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청년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의 연기는, 이 냉소로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 관객이 유일하게 마음을 붙이고 따라갈 수 있는 감정적 닻이 되어준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를 넘나드는 어려운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는 이 영화의 진정한 발견이라 할 만하다. 여기에 짧은 등장만으로도 화면을 압도하는 전도연의 카메오까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 거짓과 풍자의 핵심
<굿뉴스>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리드미컬한 톤을 유지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는 ‘트루먼 셰이디’라는 가상의 인물이 남겼다는 명언을 반복해서 인용한다.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트루먼 셰이디(Truman Shady)’라는 이름이 ‘진실(Truth)’과 ‘그늘진(Shady)’의 조합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 그럴듯한 명언이 사실은 감독이 정교하게 설계한 ‘가짜’이자 ‘함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영화는 이 영리한 장치를 통해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가 매일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진실은 과연 진짜 진실인가? 혹은 권력의 입맛대로 재단되고 포장된 ‘굿뉴스’는 아닌가? "일어난 사실, 약간의 창의력, 그리고 믿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거짓말도 진실이 될 수 있다는 ‘아무개’의 대사는,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현시대를 향한 가장 날카롭고 뼈아픈 일침이었다.
"개인평점 : 9점/10점, 변성현에 대한 불안감을 확신으로 바꾼, 올해 가장 지적이고 유쾌한 넷플릭스의 <굿뉴스>"
<굿뉴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수작이다. 웃음과 풍자,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나에게 변성현이라는 감독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심어주었다. 그의 ‘모 아니면 도’ 같은 스타일이 불안했던 나에게, <굿뉴스>는 그의 재능이 얼마나 정확하고 강력하게 터져 나올 수 있는지를 증명해 보였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토록 아름다운 미장센과 정교한 사운드를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온전히 즐길 수 없다는 것뿐이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넷플릭스에서 이 영리하고 유쾌한 부조리극을 만나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류준열 주연 영화 <돈> 리뷰 및 감상평 (0) | 2025.10.26 |
|---|---|
| 영화 <굿뉴스>와 실제 사건(실화)의 비교 (0) | 2025.10.22 |
| 킬링타임 하기 좋은 넷플릭스 영화 "발신제한" 후기 (1) | 2025.10.19 |
| 넷플릭스 영화 <돈 무브> 솔직 감상 후기 (0) | 2025.10.18 |
| <그것이 알고싶다 : 캄보디아 범죄도시, 88일의 추적> 시청 후기 및 캄보디아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0) | 2025.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