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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다크웹 소재 한국 스릴러 영화 <커미션> 솔직 후기

by GJ88 2025.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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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웠던 소재. 하지만 내 시간을 파괴한 총체적 난국,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평소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를 즐겨 보는 편이라, 웹툰과 다크 웹이라는 소재를 결합했다는 영화 <커미션>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아주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던 건 사실이다. 폐쇄적인 공간, 인간의 비틀린 욕망, 그리고 서브컬처의 어두운 이면이라는 소재는 잘만 다루면 충분히 매력적인 심리 스릴러가 될 수 있는 재료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펜트하우스>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김현수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적어도 기본적인 몰입감은 주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내가 느낀 감정은 단 하나였다. '당혹감'. 그리고 뒤이어 밀려오는 '배신감'. 이 영화는 내가 기대했던 스릴러적 긴장감은커녕, 영화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서사의 개연성과 연출의 완성도조차 갖추지 못한 총체적 난국이었다. 도대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기괴한 그림 몇 장 보여주면 스릴러가 된다고 생각한 걸까? 10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나는 고문당하는 기분이었고, 이 영화를 선택한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볼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은 심정으로 이 처참한 후기를 남긴다.

주인공 단경(김현수)는 천재인 언니 주경과 학원 동료 세은에 대한 열등감으로 다크웹에 빠져들게 된다.

뒤틀린 욕망의 늪, 그 끝없는 추락 (feat. 개연성 실종)

영화의 주인공 '단경'(김현수)은 만년 웹툰 작가 지망생이다. 미술학원 보조 강사로 일하며 꿈을 키우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그녀에게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둘이나 있다. 하나는 이미 천재적인 재능으로 구독자 1위 웹툰 작가가 된 언니 '주경'이고 , 다른 하나는 자신보다 늦게 시작했음에도 대형 플랫폼 '네오툰'과 계약하며 승승장구하는 학원 동료 '세은'이다. 단경은 겉으로는 축하하지만, 속으로는 깊은 열등감과 자괴감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단경은 학원 동료 강사로부터 '다크 웹'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다. 일반적인 인터넷으로는 접속할 수 없는 그곳에서는 '커미션'이라는 명목하에 온갖 기괴하고 가학적인 그림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다. 호기심에 그리고 세은에 대한 질투심에 단경은 세은의 만화를 소재로 19금 커미션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 그림은 결국 세은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만 더 키우는 개기가 되고 말았는데, 거기에 자신이 짝사랑하던 제자 '태범'마저 세은과 사귄다는 사실에 폭발해버린 단경은 홧김에 또 다시 다크 웹에 접속한다. 그리고 익명의 의뢰인들이 원하는 대로 세은을 잔혹하게 묘사한 고어 그림을 그려 업로드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다크 웹의 유저들은 그녀의 잔혹한 묘사에 열광했고, 특히 '한야군'이라는 닉네임의 유저는 그녀를 '타이지 님'이라 부르며 맹목적인 추종자가 된다. 단경은 현실에서는 별 볼일 없는 어시일 뿐이지만, 다크 웹에서는 신처럼 추앙받는 기분에 취해 점점 더 자극적인 그림에 몰두한다. 하지만 그림은 곧 끔찍한 현실이 되어 돌아온다.

단경이 그림으로 그렸던 방식 그대로 세은이 살해당한 채 발견된 것이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지만, 단경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언니 주경의 소개로 들어간 만화계의 거장 '목진필' 화백의 화실에서 일하면서도 몰래 커미션 작업을 이어간다. 화실 선배 '해건'이 그녀의 비밀을 눈치채고 압박해오자, 단경의 광기는 극에 달한다. 결국 현실로 튀어나온 살인마 '한야군'은 단경을 방해하는 해건을 살해하고 , 단경이 홧김에 의뢰한 목진필 화백마저 죽이러 찾아오면서 영화는 피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자신이 그린 지옥도가 현실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단경이 마주한 결말은 충격적이다 못해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서사는 너무 허술했다.

이 영화의 첫번째 문제. 허술하다 못해 구멍 뚫린 서사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시나리오 그 자체에 있다. 스릴러 영화의 생명은 '치밀함'이다. 인물의 동기가 명확해야 하고, 사건의 인과관계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관객의 숨통을 조여야 한다. 하지만 <커미션>은 이 기본을 완전히 무시했다.

단경이 다크 웹에 빠져드는 과정부터가 너무나 작위적이었다. 단순히 질투심과 열등감 때문에 그토록 위험하고 혐오스러운 세계에 단번에 몰입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단경이 겪는 심리적 변화는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고, 그저 '질투하니까 타락한다'는 식의 1차원적인 공식에 따라 급발진한다.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영화는 그저 자극적인 소재를 보여주기에 급급하다.

경찰의 무능함은 덤이다. 살인 사건 현장이 그림과 똑같다는 명백한 단서가 있음에도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단경이 동료 '응태'의 컴퓨터로 접속 기록을 조작해 누명을 씌우는 과정은 너무나 허술해서 헛웃음이 나온다. 심지어 화실 내에 CCTV가 있다는 설정조차 긴장감을 주기보다는 '편의주의적 전개'를 위한 장치로만 소비된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궁금증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이게 말이 돼?"라는 짜증만 쌓여갔다.

커미션은 연출 또한 촌스러웠다.

또 다른 문제. 연출의 부재, 촌스럽고 피상적인 묘사

연출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하드코어 서브컬처 스릴러'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나왔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비주얼은 저예산 재연 드라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다크 웹이나 커미션 문화를 다루는 방식은 2020년대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촌스럽고 피상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음지 문화를 깊이 있게 취재하고 이해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채팅창의 대사나 UI 디자인조차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긴장감을 조성해야 할 장면들에서는 뜬금없이 과장된 사운드 효과를 남발하여 영화를 보는 나의 귀만 피곤하게 만들었다. 조명은 어둡기만 할 뿐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카메라 앵글은 인물의 심리를 포착하기보다 그저 상황을 관조하는 데 그친다. 특히, 단경이 광기에 사로잡혀 태블릿 위에 펜을 긋는 장면들은 전율이 느껴지기보다 "왜 저래?" 싶은 실소를 자아낸다. 예술적 고뇌나 타락의 미학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결과물은 그저 기괴한 몸부림에 불과했다.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영화의 템포 조절이다. 100분이라는 시간이 마치 3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영화는 지루하게 늘어진다. 불필요한 장면들이 반복되고, 정작 중요한 감정선은 뚝뚝 끊긴다. 편집이라도 타이트하게 했다면 킬링타임용 B급 무비라도 되었을 텐데, 이 영화는 킬링타임은커녕 관객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살인마 한야군을 연기한 김진우의 연기부터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고 이상했다.

배우들의 연기력 낭비, 혹은 캐릭터 붕괴

주연을 맡은 김현수 배우는 전작들에서 꽤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었기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커미션>에서는 그녀조차 길을 잃은 듯 보였다. '단경'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이해하기 힘들고 감정 기복이 심한 인물이라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하지만 김현수 배우가 보여준 연기는 시종일관 찡그리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멍하니 있는 표정의 반복이었다. '열등감'과 '광기'를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나 일차원적이고 전형적이어서, 보는 내내 어색함을 지울 수 없었다.

주변 인물들의 연기는 더욱 심각하다. 살인마 '한야군'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나 화실 선배 '해건' 등 조연들은 마치 국어책을 읽는 듯한 대사 톤과 과장된 제스처로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살인마가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뿜어내야 할 카리스마나 공포감은 전무하다. "아티스트예요, 당신들" 같은 오글거리는 대사를 진지하게 내뱉는 장면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배우들끼리의 합도 맞지 않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긴장감이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 좋은 배우를 데려다가 이렇게밖에 활용하지 못한 연출의 책임인지, 아니면 애초에 캐릭터 해석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연기 보는 맛조차 없는 영화였다.

무엇을 말하려고 한것일까? 결말 또한 문제가 많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엔딩인가. 결말도 문제였다. (스포일러 포함)

그리고 대망의 결말. 영화를 끝까지 참고 본 나에게 영화가 선사한 것은 '어처구니없음'이라는 빅엿이었다. 스릴러 영화의 결말은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있거나, 아니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여운을 남겨야 한다. 하지만 <커미션>의 결말은 이도 저도 아니다.

단경이 홧김에 목진필 화백을 그려버리고 뒤늦게 후회하지만, 살인마 '한야군'은 "살인자의 큰 그림에 수정이란 없다"며 기어이 화백을 죽이러 간다. 단경이 말려보지만 역부족이고, 결국 그녀의 그림은 또다시 현실의 살인이 된다. 마지막에 이 살인은 단경이 아닌 주경이 했다는 내용이 나왔지만, 영화는 단경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녀가 파멸했음을 보여주기에만 급급했으며, 그 과정이 너무나 허무했다. 갈등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고, 악인이 처단되는 것도 아니며, 주인공이 처절하게 몰락하는 비극미조차 없다. 그저 "말조심, 아니 그림 조심하자"는 초등학생 수준의 교훈을 주려던 것일까?

"그래서 결국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건가?"라는 질문에 영화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는다. 열린 결말이라고 포장하기엔 서사가 너무 닫혀 있고, 반전이라고 하기엔 복선이 전무하다. 그냥 허무하다. 내 100분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개인평점 1.0/10.0. 스릴러라는 탈을 쓴 괴작. 개연성은 가출했고, 연출은 길을 잃었으며, 내 인내심은 바닥났다."

<커미션>은 영화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실망감을 종합선물세트처럼 안겨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열등감의 파국? 다크 웹의 위험성? 예술가의 광기? 그 어떤 주제 의식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스릴러인데 긴장감이 없고, 호러인데 무섭지 않으며, 드라마인데 감동이 없다. 시나리오, 연출, 연기, 편집 등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평균 이하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남는 것은 불쾌감뿐이었다. 창작자의 고뇌가 느껴지는 실패작이라면 비판하면서도 일말의 응원을 보내겠지만, <커미션>은 관객을 기만하는 듯한 안일함으로 가득 차 있다. 평점을 줄 수 있다면 0점을 주고 싶지만, 그래도 영화를 완성해서 개봉까지 했다는 제작진의 노고를 생각해서 눈물을 머금고 1점을 준다.

누군가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한다면, 나는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그 시간에 벽을 보고 멍하니 있는 게 정신건강에 더 이롭다." 절대 보지 마라.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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