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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있음) 넷플릭스 고현정 원맨쇼 드라마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후기

by GJ88 2025.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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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만 홀로 빛났던. 마지막 교회가 타버린 것처럼 보는내내 속이 타버린 드라마"

모든 것의 시작은 기대감이었다. SBS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사마귀(범죄자의 외출)'(이하 '사마귀')는 시작부터 나를 잡아끌었다. "약간은 괴기하다고 해야할까?" 인트로부터가 그랬다. 어둡고 축축하며, 무언가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리는 듯한 그 분위기는 단순한 장르물, 그저 그런 스릴러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이 드라마가 '양들의 침묵' 같은, 캐릭터의 심연을 파고드는 밀도 높은 심리극이 될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1화에서 폭발했다. 바로 '정이신'을 연기한 고현정의 등장이었다. 1화에서 정이신을 연기한 고현정의 "미친 연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20년간 수감된 연쇄살인마. 이 상투적일 수 있는 설정을 고현정이라는 배우는 화면에 등장하는 그 순간, 공기마저 압도하는 '사건'으로 만들었다.

정이신을 연기한 고현정의 연기는 소름돋았다.

나는 아직도 그녀의 첫 등장을 잊을 수 없다. 교도소 면회실, 무미건조한 공간을 채우는 것은 대사가 아니었다. 그저 카메라를 응시하는, 혹은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한 그녀의 눈빛, 미세하게 떨리는 근육,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억누르는 듯한 무표정. 이 배우는 단 몇 분의 등장만으로 '정이신'이라는 캐릭터가 20년간 쌓아온 서사를 그 얼굴에 집약해 보여주었다. "많은 기대를 하고 봤던 드라마"라는 나의 고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이처럼 완벽한 시작, 위대한 배우가 펼쳐 보이는 경이로운 연기. '사마귀'는 K-드라마 스릴러의 새로운 획을 그을 걸작이 될 수 있었던 모든 조건을 갖춘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나에게 허락한 유일한, 그리고 마지막 황홀경이었다는 것을. 이 압도적인 첫인상과 고현정의 '미친 연기'가 있었기에, "결론적으론 매우 실망스러웠던 드라마"라는 나의 최종 평가는 더욱 처참하고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이 글은 그 배신당한 기대감에 대한 처절한 기록이다.

정이신은 20년전 원조 사마귀. 이 사마귀의 모방범을 잡기 위해 이신은 경찰 수사에 협조한다.

감옥 안의 원조 살인마와 밖의 모방범

이 드라마가 나를 어떻게 배신했는지 구체적으로 논하기 전에, 이 뒤엉킨 이야기의 실타래를 간략하게 요약할 필요가 있다. '사마귀'의 핵심 플롯은 다음과 같다.

이야기는 20년 전,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마 '사마귀', 즉 정이신(고현정)이 수감된 현재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의 살인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는 '카피캣'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에 뜻밖의 제안을 한다. 바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조건이 있었다. 정이신은 "과거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가진" 형사 '차수열'(장동윤)을 수사 책임자로 임명할 것을 요구한다.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자, 차수열과 경찰 팀은 마지못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감옥 안의 원조 살인마와 감옥 밖의 모방범,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진실을 쫓아야 하는 형사의 아슬아슬한 공조 수사가 시작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프로파일링 스릴러'의 공식을 따른다. '양들의 침묵'의 클라리스 스탈링과 한니발 렉터처럼, 두뇌 게임과 심리전을 통해 범인을 추적하는 밀도 높은 전개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설정은,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의 가장 높은 지점이었고, 이후로는 끝없이 추락하기만 한다.

정이신을 연기한 고현정은 드라마에서 홀로 빛이 났다.

벼랑 끝에서 홀로 춤추다 : '정이신'을 연기하며 홀로 빛이난 '고현정'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나는 "끝까지 보는것조차도 괴로웠던 드라마"라는 표현하고 싶다. 매 화를 거듭할수록 이야기는 길을 잃고, 캐릭터들은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했다. 리모컨을 들어 스트리밍을 꺼버리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고통'을 인내하며 마지막 화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그래도 스릴러 특유의 소름돋는 반전에 대한 희미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오롯이 고현정의 연기 때문에 그나마 버티고 볼 수 있었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청자가 "고현정 때문에 봤다"고 토로했으며, 비평가들 역시 "고현정의 낭비", "고현정에게만 기댄 드라마"라고 지적했다. 다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오직 고현정의 다음 장면을 보기 위해 이 고통을 인내한 것이다.

고현정의 연기는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그녀가 퇴장하는 순간, 드라마는 급격히 힘을 잃었다. 그녀가 구축해 놓은 팽팽한 긴장감은 다른 캐릭터들의 등장과 함께 어이없이 증발해 버렸다. 고현정의 '미친 연기'는 이 드라마의 유일한 빛이었지만, 그 빛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주변의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블랙홀'이 되어버렸다. 그녀가 아닌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순간마다, 그들의 "어색함", "입체적이지 못함", 그리고 "답답함"은 극명하게 대비되어 시청자의 몰입을 파괴했다. 결국 '사마귀'는 고현정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려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주저앉은 비극이 되었다.

매력 없는 인물들의 총체적 난국

내가 "정이신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고... 모든게 별로였던 드라마"라고 결론 내린 이유는 명확하다. 이 드라마는 고현정이라는 '항성'을 뒷받침할 '행성'들을 구축하는 데 완벽하게 실패했다.

드라마에서 차수열의 행보는 너무나도 답답했다.

주인공인가, 방해물인가: '차수열'의 답답한 행보 나의 실망은 정확히 "차수열을 비롯해서... 행동들부터 연기까지 모든게 별로"라는 지점에 꽂혀있다. 주인공 차수열은 이 드라마 붕괴의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차수열은 "답답하고" "입체적이지 못한" 주인공의 전형이다. 그는 정이신이라는 연쇄살인마와 대등하게 심리전을 펼쳐야 할 '대적자'이자, 시청자가 감정을 이입해야 할 '안내자'여야 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은 무엇인가?

주인공은 서사를 이끌어야 할 '기관차'여야 한다. 하지만 차수열은 정이신이라는 기관차에 끌려가는 '객차'에 불과했다. 그는 주체적으로 단서를 찾고 범인을 추리하는 대신, 정이신의 '지목'에 의해 억지로 수사에 투입되며, 매 순간 정이신에게 휘둘리고 감정적으로 폭주할 뿐이다. 시청자들은 "저게 형사 맞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

물론 그에게는 "트라우마"라는 설정이 있다. 하지만 이 트라우마는 그의 캐릭터를 깊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그의 '무능'을 변명하는 얄팍한 방패막이로만 소모된다. 그는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반응'할 뿐이다. 시청자의 답답함만 유발하는 주인공. 이는 트라우마 연기가 아니라, 명백한 '대본의 무능'이며, 이러한 대본의 결함을 "연기까지" 보완하지 못하고 약점을 답습했다.

평소 좋은 연기를 보여주던 배우들임에도 이 드라마에서의 매력은 너무나도 떨어졌다.

기능하지 못하는 조연들: '정연'과 경찰팀을 비롯한 조연들. 이들 역시 총체적 난국이었다. 조연은 말 그대로 주인공의 서사를 지지하고,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들어야 할 존재들이다. 하지만 '사마귀'의 조연들은 서사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물'에 가까웠다.

차수열의 아내 '정연'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캐릭터의 전형이다. 그녀는 남편의 고뇌에 어떤 심리적 영향도 주지 못하고, 갈등의 한 축을 담당하지도 않으며, 사건 해결에 어떠한 기능도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라는 이름표만 달고 화면의 공간을 차지할 뿐이다.

경찰 팀원들은 또 어떤가. 이들은 유기적인 팀워크로 수사를 진척시키는 '전문가 집단'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색한" 연기와 비효율적인 행동들로 뭉친 이들은, 차수열의 '답답함'을 부각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모든 조연이 서사적 '사중'으로 기능하면서, 드라마는 정이신이 등장하지 않는 모든 순간에 질식할 것 같은 지루함과 답답함을 선사했다.

드라마의 반전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최악의 반전: '이게 뭔가 싶은' 억지스러운 결말

나는 막판에 "서아라가 실은 성전환한 사마귀를 모방한 진범이란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나는 충격이나 소름이 아니라 거대한 '황당함'과 '불쾌감'을 느꼈다. 어쩌면 "너무 억지스럽고", "이게 뭔가 싶은" 감정은 지극히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반전은 잘 만든 스릴러가 갖춰야 할 모든 미덕을 정면으로 배반했다.

훌륭한 반전은 마지막에 모든 조각이 맞춰지며 시청자에게 지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사마귀'의 반전은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망치로 부순 뒤 "이것이 정답"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복선이 전무했다. 모방범의 정체는 바로 차수열과 아내 이정연의 절친한 사이였던 '서아라'(한동희)였다.

드라마 내내 어떠한 복선도 없이 갑자기 갑툭튀 한 서아라의 행보는 이게 뭔가 싶었다. 거기에 모든 악행의 시작이 늘 정이신은 악마라며 수열에게 쇠뇌하던 이신의 아버지이자 수열의 외할아버지 '정현남(이황의)'였다는 사실 또한 너무 갑작스러웠다. 전체적으로 앞선 서사가 무엇을 위했던 것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성의가 없고 무책임했다. 나의 "전혀 소름이라곤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은, 이 반전이 '치밀함'이 아닌 '무성의함'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3점/10점, 고현정의 재능을 제물로 바쳐 탄생한, 끔찍한 억지 스릴러."

결국 '사마귀'는 나에게 "고현정의 연기 딱 하나만 빛나고 끝까지 보는것조차도 괴로웠던 드라마"로 남았다. 처음의 그 강렬했던 기대감은 매 화를 거듭하며 실망으로, 그리고 마지막엔 분노와 배신감으로 변질되었다.

내가 준 10점 만점의 3점은 이 드라마라는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 3점은, 형편없는 대본과 붕괴하는 서사 속에서도 홀로 빛나며 '정이신'을 연기해낸 배우 고현정에 대한 나의 '연민'이자, 그녀의 압도적인 재능을 이렇게밖에 쓰지 못한 제작진에 대한 '경고'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남들에게 추천하기 꺼려지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다. 만약 당신이 고현정의 팬이라면, 차라리 그녀의 지난 명작들을 다시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다. 나에게 있어 '사마귀'는 잘 만든 심리 스릴러의 예시가 아니라, 어떻게 훌륭한 배우와 빛나는 소재가 형편없는 기획과 무책임한 각색을 만나 처참하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실패의 교본'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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