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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추천 리뷰] 박정민 주연 "얼굴 (The Ugly)" (스포O)

by GJ88 2026.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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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박정민의 1인 2역 그리고 다큐멘터리와 형태로 그려낸 서늘한 시선 끝에 마주한 우리 사회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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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습관처럼 넷플릭스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 <얼굴>. 영문 제목은 <The Ugly>다. 포스터에 박힌 박정민의 무심하면서도 어딘가 예민해 보이는 표정, 그리고 그 뒤에 희미하게 서 있는 권해효의 모습에 이끌려 재생 버튼을 눌렀다. 관람 뒤 느낀점은 이 영화는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묵직한 돌덩이 하나를 가슴에 얹고 끝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시종일관 건조하고 냉소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화려한 기교나 자극적인 음악 없이, 오직 인물들의 표정과 대사,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정적만으로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박정민이 있다. 아버지의 비밀과 세상의 탐욕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선택하는 아들, 동환 역을 맡아 그야말로 미친 연기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권해효, 신현빈, 그리고 한지현까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꽉 찬 이 영화는 우리에게 "과연 누가 진짜 'Ugly(추악한)'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40년만에 집을 나간거라 생각했던 어머니가 백골시신이 되어 돌아오며 영화는 시작된다.

존경받는 장인의 다큐멘터리, 그리고 40년 뒤 백골이 되어 나타난 어머니

영화의 시작은 꽤나 역설적이다. 고즈넉한 작업실, 평생을 전각에 바쳐온 장인 '임영규(권해효 분)'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촬영이 한창이다. 존경받는 예술가이자 인자한 아버지인 영규, 그리고 그 옆에서 묵묵히 아버지를 돕거나 바라보는 아들 '동환(박정민 분)'. 겉보기엔 평화롭고 예술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이 현장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경찰이었다. 40년 전 집을 나갔다던, 혹은 실종되었다던 동환의 어머니 '정영희(신현빈 분)'의 시신이 인근 야산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 충격적인 소식은 다큐멘터리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린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PD '김수진(한지현 분)'의 눈빛이 번뜩인다. 그녀에게 이 비극은 슬픔이 아니라, 시청률을 폭발시킬 '대박 소재'일 뿐이다. 수진은 영규의 예술혼을 담던 카메라를 돌려, 30년 전 사라진 '못생긴 아내'와 그녀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자극적인 탐사 보도물로 장르를 바꿔버린다.

동환은 혼란스럽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그녀를 아는 사람들 모두가 '괴물'이라 불렀던 어머니. 그녀가 왜 차가운 땅속에서 백골로 돌아왔는지, 그리고 아버지는 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묘하게 침묵하는지. 동환은 PD 수진이 파헤치는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며, 몰랐던 어쩌면 모르는게 나았을지도 모를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영희의 얼굴을 보지 못하던 영규. 결국 그 열등감이 영희를 죽음으로 이끌어버렸다.

눈은 멀었지만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줄 알았던 영규. 그 속에 담겨 있던 열등감

이 영화의 핵심은 단연 아버지 임영규 역을 맡은 권해효와 박정민의 연기, 그리고 그가 가진 장애와 살해 동기의 상관관계다. 영규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평생 아내 영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영화 중반부, 과거의 회상을 통해 밝혀지는 살해 동기는 충격적이다 못해 허망하다. 젊은 시절의 영규는 비록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도장을 누구보다 글씨를 예쁘게 파며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하는 생활력이 강한 인물이었다. 그는 영희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영희는 묵묵히 영규를 내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주변의 소음'이었다.

처음부터 영규가 영희에게 분노를 느꼈던 것은 아니었다. "예쁘다"라고 혼자 지례짐작하며 착각했을뿐. 그렇게 결혼을 하고 친구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 부터 영희가 못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영규의 마음은 열등감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영규의 귀에 꽂힌 이 말들은 독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했다. 천하의 박색인 여자가 자신의 눈이 먼 것을 이용해 자신을 기만하고 결혼했다는 피해의식. 주변에서 자신을 수근대고 있다는 피해망상. 그 분노와 수치심이 극에 달한 어느 날, 영규는 "날 못생기게만 당신은 보지 않았다"던 영희에게 "그말만은 하지 말았어야지"라며 폭주했고, 결국 그녀를 살해하고 만다.

정작 영화 속 영희는 단 한 번도 "나는 예쁘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영규를 사랑했고, 그의 곁을 지켰을 뿐이다. 영규를 살인자로 만든 건 영희의 얼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타인의 잣대로 멋대로 상상하고 판단해버린 영규의 '열등감'이었다. 나이가 든 영규를 연기한 권해효 배우는 초점 없는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면서도, 그 속에 들끓는 옹졸한 자존심과 광기를 소름 끼치게 표현해냈다.

또 다른 괴물. 동환, 수진, 그리고 친척들

동환과 수진 역시 또다른 괴물이었다.

1. 동환 (박정민 분) : 진실을 목격한 자의 침묵

아들 동환은 이 모든 비극의 관찰자다. 그는 아버지와 달리 앞을 볼 수 있다. 그는 어머니의 백골을 보았고, 아버지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보았다. 하지만 그는 침묵을 선택한다. 박정민의 연기는 절제되어 있어서 더 아프다. 그는 아버지의 살인을 알게 된 후, 분노하거나 오열하는 대신 깊은 딜레마에 빠진다. 아버지를 신고하면 자신의 인생도, 아버지가 쌓아온 명성도 모두 무너진다. 결국 그는 마지막 순간, 아버지가 범인임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였던 영상들을 모두 삭제한다. 그리고 공허한 눈빛으로 수진에게 필요없는 내용은 정리했다고 잘 좀 부탁한다 이야기 한다. 그는 아버지가 '보지 못해서' 저지른 죄를, 자신은 '보고도 못 본 척' 덮어버림으로써 또 다른 괴물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진짜 자신의 어머니의 얼굴을 본 동환의 표정은 오묘했다.

2. 김수진 PD (한지현 분) : 자극만을 좇는 미디어의 괴물

한지현 배우가 연기한 김수진 PD는 영규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앞을 못 보는' 인물이다. 그녀의 눈에는 오로지 '시청률'과 '화제성'만 보인다. 유가족의 고통이나 진실의 무게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영희가 얼마나 못생겼었는지,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마녀' 취급했는지를 자극적으로 인터뷰에 임한다. 그녀에게 영희는 인간이 아니라 '팔리는 소재'일 뿐이다. 처음 영규의 다큐멘터리 역시 어쩌면 그의 장애와 엮어 자극적으로 만들어내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동환에게 "당신도 아버지와 똑같다"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수진 역시 촬영을 하며 다른 생각이 생겼을지는 모르겠지만 불순한 의도로 시작한 괴물임은 다를바 없었다.

친척들은 영희의 장례식장에서 찾아와 위로가 아닌 돈 이야기 먼저 꺼냈다.

3. 또다른 괴물들 : 친척들과 이웃들

영화는 영희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을 통해 '평범한 악'을 조명한다. 장례식장에 나타난 어머니의 친척들은 가관이다. 40년 동안 연락 한번 없다가, 시신이 발견되자마자 나타나 위로의 말이 아닌 "유산을 나눌 생각이 없다"라며 돈 계산부터 한다. 그들에게 영희의 죽음은 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영희의 직장동료들을 비롯한 주변인물 또한 마찬가지다. 영희가 살아생전 겪었던 고통의 원인은 그들의 가벼운 입이었다. 무심코 던진 "괴물같이 생겼다"는 말들이 눈먼 영규의 의처증과 피해망상을 키웠고,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 영희의 얼굴이 공개되었을 때, 그 얼굴이 그저 평범한, 조금 투박한 얼굴이었음이 밝혀지는 순간 내가 영화를 보며 느끼는 분노는 극에 달했다. 영희를 괴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그들의 세 치 혀였다.

영화가 끝날때가 되어서야 영희의 얼굴이 나왔다.

그렇게 삭제된 진실과 동환의 마지막 표정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먹먹한 부분은 결말부다. 그는 수진의 촬영 데이터 중에서 아버지가 범인임을 암시하거나 증거가 될 만한 결정적인 장면들을 찾아내어 '삭제'해 버린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해진, 즉 '거짓으로 편집된' 저장 장치를 수진에게 돌려준다.

잘부탁드린다며 동환이 수진에게 건넨 이 짧은 한마디는 묵직하다. 그것은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달라는 부탁이자, 자신의 침묵을 대가로 진실을 덮어달라는 암묵적인 거래였다. 그는 아버지의 죄를 단죄하는 대신, 아버지와 자신의 안온한 삶을 지키는 '공범'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수진은 동환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넨다. 그것은 그토록 궁금했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어머니 영희의 생전 사진이었다. 동환은 사진 속 어머니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사람들이 말하던 '괴물'도, 아버지가 분노했던 '추녀'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 투박하지만, 순박하고 평범한 한 여자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이때 박정민이 짓는 표정은 압권이다. 오묘하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인지, 죄 없는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를 덮어준 자신에 대한 혐오인지, 아니면 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안도감인지. 슬픔, 허무, 죄책감, 그리고 비겁한 안도가 뒤섞인 그 복잡한 얼굴. 박정민은 대사 한마디 없이 그 흔들리는 눈빛과 미세한 근육의 떨림만으로 동환의 내면 지옥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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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평점 : 8.0점 / 10.0점
실은 진짜 괴물이었던 영희를 괴물이라 부르던 사람들. The Ugly, 진짜 추악한 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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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 (The Ugly)>은 제목과 달리 '얼굴'이 보이지 않는 자들의 이야기다. 물리적으로 보지 못해 열등감에 미쳐버린 영규, 탐욕에 눈이 멀어 타인의 고통을 보지 못한 수진과 친척들, 그리고 진실을 보고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눈을 감아버린 동환.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순수한 마음을 가졌던 영희만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괴물 취급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스크린 밖에서 지켜본 우리에게 진짜 'Ugly'한 존재는 영희가 아니라, 멀쩡한 두 눈을 뜨고도 인간다움을 상실한 그들이었다.

박정민의 섬세한 내면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권해효가 보여준 시각장애인 연기와 그 뒤에 숨겨진 서늘한 광기는 압권이다. 신현빈은 얼굴 없는 존재감만으로 극의 미스터리를 이끌었고, 한지현은 현실적인 속물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화려한 액션이나 통쾌한 권선징악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심리 스릴러, 혹은 사회 비판적인 드라마를 선호한다면 이 영화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사는데, 옳은 일을 했던 영희만 죽임을 당했다." 이 지독한 현실의 아이러니를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이번 주말 넷플릭스에서 <얼굴>을 꼭 감상해보길 바란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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